서론
당뇨병은 만성적인 고혈당과 이로 인한 증상들 및 인체 여러 주요 기관들에 발생하는 만성합병증들로 정의되는 퇴행성 대사질환이다. 인체 각 기관들의 노쇠도 더 빨리 진행되며, 면역 기능의 저하에 따라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에 의한 다양한 감염 질환에 대한 취약성과 중증도가 같이 증가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의 경우는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증 등 다른 대사성 질환들이 동반될 위험도 현저히 증가된다.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즉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2 (SARS-CoV-2)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다발성 폐렴의 원인으로 최초 보고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대략 12,000명의 확진자와 280여 건의 사망 사례가 확인되어 있다[1]. 이 질환의 산술적인 치명률은 SARS-CoV-1이나 MERS-CoV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보다는 낮지만, 절대적인 감염자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전체 사망자의 숫자는 더 많다[2].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들이 COVID-19로 인한 각 나라의 소위 lock down 때문에 당뇨병과 관련된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한다[3]. 이 시론에서는, 당뇨병과 COVID-19의 관계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 당뇨병 환자와 의료진들의 입장에서 각각 이 사태를 한 번 바라보고자 한다.
당뇨병과 COVID-19
당뇨병 환자 입장에서의 COVID-19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전문의료진에 의한 진료와 검사, 그리고 적절한 약물 처방 및 복용과 함께, 치료적 생활습관의 교정, 즉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잘 병행해서 유지가 되어야 한다. COVID-19에 의한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lock down)가 시행되면, 현실적으로 운동요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또한 외출과 이동, 그리고 의료기관의 방문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질과 조절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COVID-19에 더 잘 이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감염이 되는 경우 질병 경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사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히 환자나 가족들의 공포감이 매우 높을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공포감은 더욱 더 당뇨병 환자들의 비약물요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약물들은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약을 구할 수 없다. 비록 소수의 환자들일 수 있지만, 병원에서의 감염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당분간 자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급성대사성합병증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의 대사 조절뿐만 아니라, 다양한 당뇨병의 합병증들이나 동반된 질환들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도,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중증이 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에 입원해 있는 COVID-19 환자들 때문에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기능에 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면, 당뇨병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진 입장에서의 COVID-19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COVID-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장소는 병원이며, 가장 감염 위험이 높은 직종은 당연히 의료진이다. 아픈 사람들은 다 병원으로 와서 의료진을 만나기 때문이다. 또한, 만에 하나 의료진이 무증상 감염자라고 한다면, 가장 COVID-19를 많이 전파시킬 수 있는 곳도 병원이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취약한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도 병원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COVID-19 감염이 되어도 자신에게는 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타인을 전염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혈액 속 COVID-19 항체 검사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병원에서 직원들에 대한 방역도 발열의 정도를 확인하고, 자가문진표를 작성하는 이상의 조치가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들의 경우 잠복기에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문제와, COVID-19처럼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질환의 경우 가장 위험한 장소인 병원에서의 방역 시스템은 지금 현재보다는 훨씬 더 강력하고 섬세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개인 방역에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계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론
COVID-19 감염은 질병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이로 인해 계량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와 변화를 이 사회에 미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생활의 제약과 산업계에 미치는 피해는 효과적인 치료 약물 혹은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이 되어야 끝날 것이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COVID-19는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극복 내지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사태가 현실적으로 종식이 될 때까지는 환자들에 대한 보다 더 세심한 교육과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정 부당국자와 의료진 여러분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조금만 더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