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당뇨병의 발생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유전적 변화보다는 환경적 요인의 변화, 특히 식단과 식품 환경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1].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1988∼2022) 자료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한국 성인에서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증가해 온 것이 확인되었다[2]. 초가공식품은 시간 효율성과 편의성을 앞세워 현대 사회에서 널리 소비되고 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수의 국가에서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국가 단위 식품섭취 조사를 기반으로 한 연구들에 따르면, 유럽, 북미를 포함한 여러 고소득 국가에서 초가공식품은 1일 총에너지섭취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3-7]. 한국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관찰되는데,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8)를 기반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은 1일 에너지섭취의 약 4분의 1 (25.1%)을 차지하고, 개인별 에너지 기여도는 3.6%에서 52.4%까지 매우 넓은 분포를 보인다[8]. 이에 본 고에서는 초가공식품의 개념과 주요 특징을 정리하고 초가공식품 섭취와 당뇨병 간의 연관성에 대한 최신 근거를 종합하여, 당뇨병예방과 관리를 위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식품 선택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
1. 초가공식품이란?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연구팀이 제안한 NOVA 분류체계는 식품에 적용되는 산업적 가공 성격, 정도 및 목적에 따라 모든 식품과 식품 제품을 분류하여 네 개의 범주로 구분한다[9]. Table 1과 같이 자연식품 및 최소가공식품, 가공 식재료,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초가공식품은 산업적 공정을 통해 제조된 복합 조성 식품으로 화학적 변형, 재조합, 다양한 첨가물 사용 및 포장 공정을 거친다. 가당음료, 과자, 라면, 소시지, 냉동식품,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 시리얼, 초콜릿, 즉석국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에는 향료, 향미증진제, 착색료, 유화제, 감미료, 증점제, 겔화제 등 가정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기능성 첨가물이 사용되며, 저장기간 연장이나 미생물 증식 억제를 위한 첨가물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초가공식품은 편의성과 기호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9-11].
Table 1.
NOVA food classification system: definitions, key processing characteristics, and representative food examples
그렇다면 초가공식품이 포함된 식사의 질은 어떠할까? 미국의 한 무작위대조 임상시험에서 초가공식품이 에너지섭취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는데, 초가공식품 식단 섭취기간 동안 에너지섭취량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508 ± 106 kcal/day; P = 0.0001). 이는 주로 탄수화물 섭취량 증가와 지방 섭취량 증가에 기인하였으며, 단백질 섭취량에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고, 체중 변화는 에너지섭취량과 강한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12].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과 식사의 질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총 3,700명 표본에서 초가공식품은 전체 에너지섭취량의 53.9%를 차지했으며, 초가공식품의 에너지 기여도가 증가할수록 총에너지, 탄수화물, 포화지방, 나트륨, 칼슘은 증가한 반면, 단백질, 식이섬유, 칼륨, 철분, 비타민 A 섭취량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13].
한국의 경우에도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9)를 기반으로 40세 이상의 성인 13,39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14]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은 그룹은 에너지 및 다량영양소 섭취량이 높은 반면, 미량영양소 섭취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또한 초가공식품 섭취 수준이 증가할수록 최소가공식품의 섭취 빈도 비율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14]. 한편,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8)에서 나트륨과 칼륨 섭취량은 초가공식품 에너지 비중과 각각 음의 연관성을 보였으나, 초가공식품 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나트륨 대 칼륨 비(Na:K)는 증가하였다[8].
2. 초가공식품 섭취와 당뇨병 발생 위험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2009∼2010) 자료를 이용한 단면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전체 첨가당 섭취 에너지의 89.7%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원으로 확인되었으며, 초가공식품 섭취가 가장 높은 분위에 속한 대상자의 82.1%가 첨가당 섭취 권고 기준(총에너지섭취의 10%)을 초과하였다[5]. 이러한 결과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첨가당의 과잉 섭취와 밀접하게 연관됨을 보여준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한 2025 당뇨병 진료지침에는 첨가당 섭취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당음료 섭취를 가급적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당뇨병예방뿐 아니라 혈당조절 개선, 심혈관질환 예방에 이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5,16].
전향코호트연구와 메타분석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17-22]. 미국의 ARIC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을 하루 1회 추가 섭취할 때마다 당뇨병 위험은 2% 증가(위험비 1.02, 95% 신뢰구간 1.00 to 1.04)하였고, 특히 첨가당 및 인공감미음료, 초가공 육류, 당 함량이 높은 간식류의 섭취는 각각 당뇨병 위험을 29%, 21%, 16%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0].
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 안산-안성 코호트를 포함한 분석에서 초가공식품 섭취가 높은 집단에서 당뇨병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특히 햄ㆍ소시지, 인스턴트 면류, 가당음료와 같은 특정 초가공식품 항목은 당뇨병 위험 증가와 일관되게 관련된 반면, 일부 품목에서는 상이한 결과가 보고되어 식품군별 세분화된 해석의 필요성이 제기된다[21].
2025년 발표된 최신 메타분석에서는 총 14편의 전향코호트연구(692,508명)를 종합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가 가장 높은 집단에서 당뇨병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였고(위험비 1.24, 95% 신뢰구간 1.14 to 1.34), 섭취 비중이 10%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13% 증가하는 연관성이 관찰되었다[22]. 일부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의 높은 섭취가 당뇨병 발생뿐만 아니라 당뇨병합병증 및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정신건강 문제와의 연관 가능성도 보고되었다[22-25]. 일부 실험 연구와 관찰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이 혈당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장내미생물총이 매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유화제 등 첨가물의 노출은 장 내 미생물의 구성과 기능을 변화시켜 포도당대사를 교란함으로써 인슐린저항성과 당대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2,26,27].
종합하면, 현재까지의 근거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당뇨병의 발생뿐 아니라 질병의 진행 및 합병증 위험과도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초가공식품 섭취는 당뇨병예방과 관리를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수정 가능 위험요인으로 평가된다.
3. 바람직한 식품 선택
초가공식품 섭취와 당뇨병 위험 간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EPIC (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 전향코호트연구에서 초가공식품을 자연식품, 최소가공식품 및 가공 식재료 또는 가공식품으로 대체할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했다[28]. 이러한 결과는 모든 초가공식품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가공된 식품으로의 대체 전략이 보다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상영양사는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상담에서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천 전략은 식품 구매 단계, 조리 단계, 섭취 단계로 구분하여 적용할 수 있다.
1) 식품 구매 단계
식품 구매 단계에서는 초가공식품의 구성 성분과 첨가물 노출을 최소화하는 선택이 중요하다. 동일한 식품의 종류에서도 원재료 수가 적고, 가정 요리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은 성분(예: 향료, 유화제, 감미료, 증점제 등)이 최소화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가당음료, 가공육, 즉석식품은 당뇨병환자에서 과잉 섭취 시 혈당조절을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구매 단계에서부터 성분표를 확인하여 선별하고 가급적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음료류는 초가공식품 섭취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로, 당뇨병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향코호트연구에 따르면 가당음료 섭취가 높은 경우 전체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물, 커피, 차, 저지방 우유 섭취는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되었다[29].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당뇨병환자에게 탄산음료, 가당 커피음료, 과일향 음료 등과 같은 가당음료 대신 물이나 무가당 차, 블랙커피, 저지방 우유 등을 선택하도록 구매 단계에서부터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공육(소시지, 햄, 베이컨 등)은 신선육이나 냉동 생육 또는 염분과 첨가물이 최소화된 자연육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권장하며, 즉석식품이나 냉동 간편식은 조미되지 않은 냉동 채소, 손질된 생선이나 해산물, 두부, 달걀 등의 최소가공식품으로 일부 대체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 조리 단계
조리 단계에서는 초가공식품을 주재료로 사용하기보다는 자연식품 혹은 최소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식사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초가공식품 섭취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조리 및 섭취 과정에서 나트륨과 당류, 첨가물 섭취를 줄이는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면류, 즉석식품, 가공 조리식품의 경우 조리 시 첨부된 소스나 조미 분말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국물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나트륨 및 첨가당 섭취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시판 소스나 양념 대신 마늘, 양파, 허브, 후추, 고춧가루, 식초, 레몬즙 등의 재료를 활용하여 조리하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초가공식품을 단독으로 섭취하기보다는 채소, 통곡물, 콩류, 생선, 살코기 등과 함께 조리하도록 교육한다. 이러한 조리방법은 지중해식(Mediterranean diet), DASH식(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iet)과 같이 혈당개선과 심혈관질환 예방 등에 대한 장기적인 이득과 안정성이 입증된 식사패턴과 가까운 식사 구성으로, 당뇨병환자에게 지속 가능한 식사 전략으로 적용 가능하다[15,30].
3) 섭취 단계
섭취 단계에서는 초가공식품의 섭취 빈도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가공식품을 간식이나 주식으로 반복적으로 섭취하기보다는 특별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섭취하도록 지도하고, 평소에는 자연식품, 최소가공식품 위주의 식사패턴을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같은 초가공식품 간식 대신 견과류, 과일, 플레인 요거트, 삶은 달걀 등으로 대체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1회 제공량이 크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형태로 판매되어 과도한 에너지섭취와 과식을 유도하며, 이러한 식습관은 비만과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22]. 따라서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경우에도 포장 단위 그대로 섭취하기보다 소량을 접시에 덜어 나누어 먹도록 하고, 야식이나 식사 외 간식 형태의 무분별한 섭취를 피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아울러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 콩류, 채소 등과 함께 섭취하면 혈당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15].
결론
초가공식품 섭취의 증가는 당뇨병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및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와 임상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섭취 빈도와 섭취량을 조절하고 덜 가공된 식품으로 대체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당뇨병환자에게 가당음료, 가공육, 당 함량이 높은 간식류와 같은 초가공식품의 섭취를 가급적 제한하고, 자연식품, 최소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사패턴을 유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환자의 장기적인 혈당관리와 합병증예방을 위해 식품 가공 수준을 고려한 실질적이고 단계적인 식사관리 전략이 영양상담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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