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에는 ‘노인’을 65세로 정의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이 되면 노령연금 지급이 시작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할 수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국가예방접종, 철도나 국·공립공원 등의 경로우대 혜택 또한 만 65세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체계 속에서는 65세가 결코 고령이 아니다. 의료기술의 발달 및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다. 국민 체력도 함께 향상되어, 65세 이상이라 해도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사례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적극적인 식이요법을 병행하여 완벽한 혈당관리를 해내는 경우 또한 빈번하다. 일선 종합병원에서 15년간 당뇨병교육을 해온 교육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회생활에 바쁜 중년층보다 오히려 은퇴 후 여유로워진 생활 속에서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65세 이상의 노년층들이 더욱 좋은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본원에서 진료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령대별 인슐린주사 처방에 대한 통계자료에서도 50대보다 오히려 60대에서 인슐린주사 처방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Appendix 1). 혈당관리가 불량하여 인슐린주사를 시작했다고 가정할 때, 60대에 더 적극적으로 혈당관리를 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통계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 또한 일선에서 은퇴하는 시점 즈음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쓸 수 있을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65세 이상의 경우에는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도 또한 결코 나쁘지 않아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교육에 속하는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등의 교육을 받고 난 후에도 무리 없이 교육 내용을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을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80세 무렵부터는 최종학력이나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수행도와 인지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치매역학조사 결과[1]에 따르면 65∼69세의 치매 유병률은 4.99%에 불과하지만 80∼84세는 15.57%, 85세 이상은 21.18%로 급격히 증가한다. 그렇다 보니 80세 이상의 경우에는 당뇨병교육 과정 중 고난도에 속하는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교육을 할 때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세 이상 고령자의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교육 처방이 결코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 소재 한 종합병원의 연령대별 인슐린주사법 교육 처방을 조사한 통계자료에서는 80대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슐린주사요법 교육 처방 건수의 16%를 차지했다(Appendix 1). 이 중 최고령자는 93세였다. 80세 이상의 인슐린주사법 교육 처방 중 46%가 ‘다회주사요법’이었고 (Appendix 2), 49%가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인슐린주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Appendix 3).
따라서 본 고에서는 8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교육 사례를 통해, 고령화 사회 속에서 증가하는 고령 당뇨병환자의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치료의 필요성과 문제점 및 개선 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고령 당뇨병환자의 다회주사요법 적용 교육의 실제
1. 사례 1
2018년부터 7년간 혼합형 인슐린을 자가 주사하던 88세 남자 환자의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교육 사례이다. 당화혈색소가 8.4%로 상승되었고 크레아티닌 증가 추세를 보여 다회주사요법으로 변경되었다.
케인 등의 보조기 없이 혼자 걸어서 내방하였고, 아침식사로 ‘지중해풍 건강식’을 스스로 검색해 차려 먹을 정도로 인지능력이 좋은 환자였다. 그래서 Clinical Frailty Scale (Appendix 4) [2,3]상 category 3에 해당하였다. 하지만 저혈당 위험이 높은 약물인 인슐린을 사용하는 중이므로, 혈당관리 목표 당화혈색소는 7.0∼8.0% 미만이었다(Appendix 5) [2,4].
인슐린용량 조절 매뉴얼(‘알기 쉬운 인슐린 주사법’ [5])에 따라 장시간형 인슐린을 공복혈당 100∼150 mg/dL가 되도록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을 때에는 무리 없이 이해하였다. 초속효성의 경우에도 식후 2시간째 혈당 200 mg/dL 미만, 다음 식사 전 혈당 150 mg/dL 미만을 목표로 하여 식사 전 혈당이 높거나 낮을 때 교정계수에 따라 인슐린을 증량하고 감량하는 것을 무난하게 이해하였다. 도표화시킨 교정계수 활용법의 이해가 빨랐다(Appendix 6).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가 달라질 때 초속효성 인슐린용량을 조정하는 부분에서는 난색을 표하였다. 사례자뿐만 아니라, 고령자이거나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이해 정도와 수행능력을 평가한 후 교육 난이도의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수화물 섭취량에 따른 초속효성 인슐린의 용량 조절법에 대한 교육 방법을 아래 세 가지 난이도로 분류해 보았다.
1) 주사량 고정법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매 식사 시에 동일한 양을 주사하는 방법이다. 대상자의 혈당조절 추이를 확인하고 초기 처방 용량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원 교육실의 경우 교육 시행 이후 2주간 2∼3일에 한 번 간격으로 통화하면서 용량을 조절해드리고 있다. 고정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식사량이 적어지거나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 주사를 줄이거나 미루는 것에 대한 교육은 대상자가 이해할 때까지 주지시켜야 한다.
2) 교환단위 활용법
대상자의 한 끼 식사 시 곡류군 섭취량에 필요한 주사량이 확인되면 곡류군 1교환단위에 필요한 주사량을 책정하고, 곡류군 1교환단위를 더 먹거나 덜 먹을 때 주사를 가감하는 방법이다.
3) 탄수화물 계수법
대상자의 탄수화물 섭취량에 필요한 주사량이 확인되면 초속효성 인슐린 1단위로 해결할 수 있는 탄수화물 계수를 책정하고, 식사상에 포함된 모든 탄수화물 함량을 더한 후 탄수화물 계수로 나누어서 식전 주사량을 책정하는 방법이다. 식사가 불규칙하고 세밀한 용량 조정이 필요한 젊은 층의 1형당뇨병 환자인의 경우에는 대부분 탄수화물 계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자는 나이에 비해 총명한 편이었기 때문에 교환단위 활용법으로 교육을 해보았다. 하지만 ‘매끼 주사량을 신경 쓰면 골치가 아플 것 같다’라며 최종적으로는 고정법을 선택하였고 절대 과식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과식하지 않는 것은 건강 측면에서 이로운 것이므로 격려해드렸다.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2∼3일 간격으로 통화를 하면서 혈당상태를 확인하였다.
첫 번째 사례자의 경우 혼합형 주사에서 변경된 것이므로 초기용량이 잘 맞았고 교육받은 대로 식이요법을 준수한 4일간은 혈당관리 실태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5일째부터는 과식하는 만큼 혈당이 올라가는 자연스러운 혈당 추이를 보였다(Appendix 7). 식사량이 달라지는 경우 주사 조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보였다. 한 달 후 교환단위 활용법에 대한 2차 교육을 시행하였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섭취한 만큼 올라가는 혈당을 경험한 사례자는 교환단위 활용법 교육 시 처음보다 의욕적으로 임하였다. 결과적으로, 3개월 후 당화혈색소는 7.5%, 크레아티닌은 1.32 mg/dL에서 1.23 mg/dL로 개선되었다.
2. 사례 2
중등도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80세 여성 환자의 다회인슐린주사 교육 사례이다. 당화혈색소는 8.7%였고 이전까지 인슐린주사를 계속 거부해 온 상황이었다. 그러다 신장기능 저하 소견을 보인다는 주치의의 오랜 설득 끝에 교육실로 내방하였다. 초기평가를 할 때에는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혼자서 밥솥을 조작하여 밥을 지어 먹고 세탁기 조작도 가능하며 거동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주사법 교육을 시작하자마자 판단력 및 지남력과 수행능력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중증도 인지기능 저하에서 치매로의 진행이 의심되었다. 다음은 실제 상담기록을 발췌한 것이다.
“고령의 독거. 수차례 교육하였으나 자가 주사 하지 못함. 바늘 뚜껑을 다른 손으로 잡고서 다른 손으로 빼려고 하며, 캡을 푸는 방향과 닫는 방향, 다이얼 돌리는 방향을 헷갈려 하심. 멸균에 대한 설명 수차례 했으나 바늘을 손으로 만지거나 알코올로 닦으려 함. 4회 주사를 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심. 연락처상 주 보호자에게 전화하여 재방문 및 동반 교육 받으시도록 권유함.”
3일 뒤에 사례자는 함께 살지 않는 며느리와 방문하였다. 며느리 또한 거주지 거리상의 문제로 매일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주치의에게 상기 내용을 보고하고 장시간형 인슐린 1회 주사만 시작해 보기로 하였다. 펜형 인슐린주사 방법만 한 시간 이상 교육하였고, 숙달될 때까지는 주사 시에 보호자가 반드시 동반해야 함을 고지하였다. 혼자서 주사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하여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소개하고 데이케어센터 등에 방문하여 주사를 맞는 방법도 제안하였다.
사례자의 경우처럼 스스로 인슐린주사를 하지 못하는 독거노인의 경우 종종 가족이 아닌 지인을 동반하여 주사 교육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이 인슐린주사를 하는 경우, 저혈당이나 감염 등의 의료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의 소지가 있으므로 숙고해야 한다. 의료보험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까지이며 직계혈족의 배우자(며느리 등), 직계혈족의 배우자의 직계혈족(시동생 등)은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하여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제도에 가입한 후 이용할 수 있는 방문 요양 서비스의 경우에도 요양보호사가 의료인이 아니므로 인슐린주사를 할 수 없다. 치료지시서에 따라 인슐린주사 투약 및 주사법 교육이 가능한 방문간호사의 경우에는 월 8회 한정으로 이용 횟수 제한이 있다. 결론적으로 고령이거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독거인이 인슐린주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사회자원은 현재, 간호사가 상주하는 데이케어센터뿐이다. 하지만 데이케어센터 또한 인슐린주사에 대한 책임은 없으므로 거부해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데이케어센터의 간호사가 인슐린주사를 할 시에 치료지시서의 작성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장시간형 인슐린 1회 주사를 익히는 데 성공하였고, 활동 혈당 개요(Ambulatory Glucose Profile) 보고서에서 주사 전후 혈당 변화가 명확히 개선되었다(Appendix 8).
인슐린주사 전 리포트는 인슐린을 맞지 않기 위해서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상태이다. 주사 후 리포트를 보면 장시간 인슐린을 주사하면서 공복혈당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예전처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식후혈당은 더 상승한 그림이다. 두 번째 사례자도 장시간형 인슐린에 적응이 되면 단계적으로 다회주사로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제언
고령이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우 주사량이 일정하더라도 다회주사요법을 하는 것이 혈당관리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 그러나 저혈당이나 의료사고의 위험도 높아지므로, 고령 환자에게 인슐린 다회주사요법 처방 시 신체기능·수행도·인지능력에 대한 종합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고령자, 인지기능 저하 환자에서는 장시간형 인슐린을 먼저 사용하다가 점차 다회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교육 순응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인슐린주사가 어려운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체계 확대와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의료 면허가 없는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등의 경우에 당뇨병교육자 자격증을 소지한 의료인으로부터 인슐린주사법 교육을 받았다는 증빙자료가 있다면 인슐린주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안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아닌 대리자의 인슐린주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시 시술자 보호를 위한 보험체계 개선, 보완도 병행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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