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 요법의 불충분한 효과 및 안전성 문제로 비만 치료는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liraglutide 3.0 mg (Saxenda)을 시작으로 glucagon-like peptide-1 (GLP-1)수용체작용제는 좀 더 효과적이고 투약 편이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에서는 semaglutide 2.4 mg 주 1회 용법(Wegovy)을 항비만치료제로 승인하였고, 연이어 2023년에는 tirzepatide (Zepbound)가 항비만치료제로 FDA 승인을 득하였다. Zepbound는 SURMOUNT-1 연구에서 25% 체중 감량에 도달한 대상자가 36.2%에 달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위소매절제술의 평균 체중감량 수치에 대적할 만한 결과이다[1]. 비록 semaglutide 2.4 mg 용법과 tirzepatide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GLP-1수용체와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GIP)수용체에 함께 작용하는 tirzepatide가 GLP-1수용체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semaglutide 1.0 mg에 비해 체중감량의 정도가 우월한 결과를 보인 바 있다[2]. 따라서 이번 원고에서는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GLP-1/GIP수용체작용제가 체중감소를 포함하여 우수한 대사적 개선을 보이는 기전에 대해 기술해보고자 한다.
본론
1. GLP-1수용체와 GIP수용체 동시 작용제 개발의 배경
현재까지 발굴된 인크레틴 호르몬에는 GLP-1과 GIP의 두 종류가 있다. 당뇨병환자에서는 GLP-1과 달리 GIP에 의한 인슐린분비능이 저하되어 있는 반면[3], GIP수용체 자극에 의해 글루카곤의 분비는 증가하며[4] 동물 연구에서는 GIP가 비만을 유발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5]. 이로 인해 GLP-1과 달리 GIP는 비만 유발에 대한 우려, 당뇨병환자에서 인크레틴 호르몬으로서의 기능 저하, 글루카곤 분비 증가 등의 이유로 당뇨병 치료 약제로의 개발에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인슐린치료로 4주간 혈당을 정상화한 이후에는 GIP에 의한 인슐린분비능이 회복되는 현상을 인간대상연구에서 확인하였고[6], ZDF (Zucker diabetic fatty) 쥐(rat) 연구에서는 phlorizin을 투여한 후 혈당이 안정된 상태의 췌도에서 GIP수용체 발현이 정상 쥐 수준으로 회복됨을 확인하였다[7]. 또한 합성 GLP-1과 GIP를 고지방식이 비만유발 생쥐(mouse)에 동시에 투여할 경우 각각의 단일 투여에 비해 체중과 식이 섭취량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를 보여[8] GLP-1수용체와 GIP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것이 비만과 비만 관련 합병증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NNC0090-2746 (RG7697)은 GLP-1수용체와 GIP수용체에 비등한 정도의 세포내 활성 효과를 보이는 balanced agonist로써 liraglutide 1.8 mg 치료제와 비등한 당화혈색소 감소와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9]. 하지만 GLP-1/GIP수용체작용제 개발의 목적이 GLP-1수용체작용제에 비해 부작용이 증가하지 않으면서 우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 개발이기 때문에 NNC0090-2746은 추가 허가 임상으로 진행하지 못하였다. 반면 GIP수용체에 높은 작용 효과를 보이는 imbalanced GLP-1/GIP수용체인 tirzepatide는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놀라운 체중감소, 혈당강하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tirzepatide가 어떻게 GLP-1수용체에 대한 단일 작용제에 비해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2. Tirzepatide의 전임상 결과(Table 1) [10-13]
Table 1.
Study | Experiment model | Intervention | Main findings |
---|---|---|---|
Coskun et al. [10] (2018) |
Isolated islets from WT GIPr-/- GLP-1r-/- |
Vehicle LY3298176 Semaglutide GLP-1R antagonist GIPR antagonist |
LY3298176 induced insulin secretion through either the GIPR or the GLP-1R. |
DIO mice |
Vehicle Semaglutide LA-GIPRA LY3298176 |
LY3298176 reduced body weight more than semaglutide which was driven by loss of fat mass. LY3298176 produced prolonged reduction in food intake and induced more fat oxidate and increased energy expenditure. | |
Samms et al. [11] (2021) | DIO mice |
Vehicle Tirzepatide |
Tirzepatide enhanced insulin tolerance. |
DIO mice |
Vehicle Semaglutide Tirzepatide |
Similar weight loss between tirzepatide and semaglutide. Tirzepatide increased insulin sensitivity more than semaglutide (weight-independent improvement in insulin sensitivity ∼30%). |
|
WT GLP-1r-/- |
Vehicle Tirzepatide |
No difference in weight and food intake between vehicle and tirzepatide (GIPR aonism contributes to the weight-independent insulin sensitization action of tirzepatide). | |
Samms et al. [12] (2022) | DIO mice |
Vehicle Tirzepatide Pair-fed |
Tirzepatide augments the catabolism of BCAAs in BAT. |
El et al. [13] (2023) |
Mouse islets from WT Beta-cell-specific deletion of the Gipr |
Vehicle Tirzepatide +/- Ex9, GIPR antagonist |
Tirzepatide works predominantly through the GLP-1R to stimulate insulin secretion. |
Human islets from non-diabetes |
Vehicle Tirzepatide +/- Ex9, GIPR antagonist |
Insulinotropic effects of tirzepatide are mediated by both GLP-1R and GIPR (GIPR is necessary for tirzepatide in insulin secretion). Tirzepatide increased glucagon secretion through GIPR. |
Tirzepatide는 native GIP와는 비등한 수용체 결합력과 생물학적 활성도를 보이는 반면 native GLP-1에 비해서는 5배 정도 낮은 수용체 결합력과 20배 정도의 낮은 생물학적 활성도를 보인다[14]. 그렇다면 tirzepatide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전에 GIP수용체의 역할이 우세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GLP-1수용체 유전자 발현 억제 모델과 GIP수용체 유전자 발현 억제 생쥐 모델에서 췌도를 분리하여 tirzepatide 를 처리한 뒤 인슐린분비 반응을 본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10]. 각각의 생쥐에서 분리된 췌도에서 tirzepatide에 의한 인슐린분비는 vehicle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고, GIP수용체 억제제와 GLP-1수용체 억제제를 각각 tirzepatide와 함께 투여할 경우에는 tirzepatide에 의한 인슐린분비능이 사라지는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생쥐의 췌도에서 tirzepatide에 의한 인슐린분비는 GLP-1수용체와 GIP수용체 모두를 경유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IP의 경우 종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췌장 췌도에서도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GLP-1수용체와 GIP수용체에 대한 길항제를 각각 tirzepatide와 함께 인간의 췌도에 처리하면 GIP수용체 억제에 따른 tirzepatide 의 인슐린분비능이 일관성 있게 억제되는 반면 GLP-1수용체 억제에 따른 tirzepatide의 인슐린분비능의 감소는 개체 간 차이를 보였다[13]. 따라서 인간의 췌장에서 tirzepatide는 GLP-1수용체와 GIP수용체 모두에 작용할 것이나, GIP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연구에서 사용된 췌장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서 유래한 것으로 당뇨병이 있는, 즉 GIP에 대한 인슐린분비능이 떨어진 사람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GIP의 아미노산서열은 설치류와 사람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15] GIP에 대한 효과 및 기전을 본 동물실험 결과의 해석에 유의가 필요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연구가 중요하겠다.
GLP-1과 GIP의 수용체는 G-protein coupled receptor 로써 수용체 자극에 따라 탈감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는 beta-arrestin이 활성화되면서 수용체를 세포내로 이동시키고, 이로 인해 세포내 활성을 억제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16]. 하지만 tirzepatide를 투여한 경우에는 native GLP-1과 달리 beta-arrestin의 작용이 저하됨으로써 GLP-1수용체가 더 오래 세포막에 존재하도록 하여 GLP-1의 효과가 더 강력하게 나타나게 하는 데 기여한다[17]. 또한 GLP-1과 GIP가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GIP에 의한 GLP-1수용체 억제 현상도 저하되기 때문에[18,19] tirzepatide의 작용은 native GLP-1에 비해 GLP-1수용체를 경유한 세포내 활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tirzepatide는 GLP-1에 의한 GLP-1수용체 활성도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함으로써 기존의 GLP-1수용체 단일 작용제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지방조직에는 GIP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tirzepatide 에 의해 GIP수용체 자극에 의한 직접적인 지방조직에 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20]. GLP-1수용체가 유전적으로 결핍된 생쥐모델에서 tirzepatide (10 nmol/kg)를 투여할 경우 vehicle 대비 체중과 식이 섭취량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포도당 주입 속도로 계산된 인슐린감수성 지표는 tirzepatide에 의해 유의한 호전을 보인다[11]. 이는 근육에서는 보이지 않은 백색지방세포에서의 포도당 섭취율의 증가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tirzepatide에 의한 체중감소와는 독립적인 인슐린감수성 호전에 있어서는 GIP수용체를 경유한 지방조직에서의 당소모율 증가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human adipose-derived stem cell)를 이용한 in vitro 실험에서 GIP의 직접적인 베이지 지방세포 기능 향상을 확인한 바 있어 tirzepatide에 의한 지방조직을 경유한 인슐린감수성 개선에도 GIP수용체의 작용이 중요할 것으로 추정된다[21]. 또한 GIP는 지방조직으로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이 있어 tirzepatide 치료로 지방을 통한 에너지대사의 효율을 높이는 데 GIP가 중요하게 기여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22].
3. Tirzepatide의 임상 결과
2형당뇨병 환자에서 tirzepatide와 semaglutide 1.0 mg 의 췌장 인슐린분비능과 인슐린감수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1상 연구에서 tirzepatide의 생리적 기능을 실험하였다[23]. 일차 결과 변수는 28주차 치료 이후 클램프 시험을 통한 기저대비 disposition index의 호전 여부로 하였다. Tirzepatide 투여군은 semaglutide 또는 위약 대비 우월한 disposition index 호전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에 대한 후속분석에서 tirzepatide는 segmaglutide에 비해 식이 섭취량의 차이는 없었으나 더 우월한 체중과 체지방 감소 효과를 보였다[24]. 이러한 tirzepatide의 우월한 체중감소는 체중감소에 따른 에너지대사율의 저하가 위약 대비 크지 않은 것과, 지방 산화의 활성과 관련이 있었다[25]. 또한 tirzepatide를 위약과 비교하여 식이 섭취량과 식품선호도 및 음식에 대한 갈망을 조사한 1상 연구에서 tirzepatide는 음식 섭취량과 음식에 대한 갈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달콤한 것, 탄수화물 및 전분과 패스트푸드 지방과 같은 부분에서 선호가 낮아짐을 확인하였다[26]. 따라서 tirzepatide에 대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전 연구를 토대로 췌장의 베타세포기능 호전 및 인슐린감수성 개선이 우월한 혈당강하 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체지방 위주의 체중감소, 식욕 조절, 에너지대사의 변화가 이전의 항비만약제보다 tirzepatide에서 우월한 체중감소 효과를 보이는 기전이라고 생각된다.
결론
Tirzepatide는 단일분자 GLP-1/GIP수용체작용제로 SURPASS 및 SURMOUNT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적인 혈당강하 및 전례 없는 체중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다. Tirzepatide의 효과는 GLP-1수용체 및 GIP수용체에 모두 작용하나 각각의 수용체가 조직 내에 분포하는 차이와 tirzepatide 작용 시 수용체 내재화(receptor internalization) 및 활성화 정도에 따라 각각의 수용체의 역할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인슐린분비에 있어서는 두 수용체의 작용이 모두 필요하며, 체중감소와 독립된 인슐린감수성 개선은 주로 GIP 에 의한 지방조직 대사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tirzepatide의 생체 내 작용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