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의 유병률은 나라마다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만성콩팥병 3∼4단계의 유병률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2000년대 이후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1,2], 영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만성콩팥병 3∼5단계의 유병률이 오히려 감소하였다[3].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병-19 (coronavirus disease 2019) 유행이 시작하였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추정사구체여과율 60 mL/min/1.73 m2 혹은 단회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양성으로 정의된 만성콩팥병의 유병률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2007∼2010년 5.1%; 2017∼2019년 7.1%) [4],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만성콩팥병의 유병률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5,6]. 노르웨이에서도 2006∼2008년 만성콩팥병 1∼5단계의 유병률이 1995∼1997년 유병률과 차이가 없는 수치를 보였다[1,6].
이렇게 2000년대 이후로 선진국들에서 만성콩팥병의 유병률이 다소 둔화되는 경향이 보이고 있지만 그 정확한 이유는 불확실하다[1]. 아마도 이전보다 고혈압환자에서의 혈압조절이나 당뇨병환자에서의 혈당조절이 개선되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다[1,7]. 뿐만 아니라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ngiotensin receptor blocker)와 같은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renin-angiotensin system inhibitor)가 지난 수십여 년 동안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처방되면서 콩팥보호에 기여해 온 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1,7,8]. 그러나 오랜 기간 만성콩팥병의 표준치료로 사용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이지만 여전히 많은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말기콩팥병(end-stage kidney disease)으로 진행하고 또 일부는 경과 중 심혈관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등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의 한계는 명확하였다[8,9]. 게다가 만성콩팥병의 유병률 자체는 발생률의 변화에 따라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인구 증가, 노령화 및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유병자 증가 등으로 인하여 만성콩팥병 환자 수 자체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으며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1]. 특히 우리나라는 당뇨병 유병자 그리고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말기콩팥병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10,11].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외에는 만성콩팥병 치료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정말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만성콩팥병 치료제를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SGLT2억제제(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이다[12].
본론
1. 당뇨병콩팥병
SGLT2억제제가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2012년과 2013년에 사용 승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신장전문의들은 단순한 혈당강하제 중 하나로 생각했었다[12]. 오히려 일부에서는 콩팥세관에 손상을 가할 수 있을까 우려했으며 특히 급성콩팥손상을 잠재적으로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12,13]. 그러나 그러한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SGLT2억제제에 예상하지 못한 콩팥보호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2,14]. 2015년 Empagliflozin Cardiovascular Out-come Event Trial in Type 2 Diabetes Mellitus Patients (EMPA-REG OUTCOME) 임상연구부터 2023년 The Study of Heart and Kidney Protection With Empagliflozin (EMPA-KIDNEY) 임상연구까지 지난 수 년여 동안 수행된 SGLT2억제제를 대상으로 한 주요 13개 임상시험들을 메타분석한 결과[15-17], 2형당뇨병이 동반된 대상자들 중 SGLT2억제제 치료에 배정된 경우 콩팥병 진행 위험이 38% 감소하였다(상대위험도 0.62, 95% 신뢰구간 0.56 to 0.68) [15]. 심지어는 SGLT2억제제를 사용하게 되면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 급성콩팥손상의 위험을 21% 낮추었다(상대위험도 0.79, 95% 신뢰구간 0.72 to 0.88) [15]. Canagliflozin and Renal Events in Diabetes with Established Nephropathy Clinical Evaluation (CREDENCE), Effect of Sotagliflozin on Cardiovascular and Renal Events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and Moderate Renal Impairment Who Are at Cardiovascular Risk (SCORED), Dapagliflozin and Prevention of Adverse Outcomes in Chronic Kidney Disease (DAPA-CKD) 그리고 EMPA-KIDNEY 임상연구 등 만성콩팥병 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4개를 메타분석한 결과[17-20], 콩팥병 원인이 당뇨병콩팥병으로 확인된 대상자들에서 SGLT2억제제를 투여하면 콩팥병 진행 위험이 40% 감소되었다(상대위험도 0.60, 95% 신뢰구간 0.53 to 0.69) [15]. 이러한 SGLT2억제제의 콩팥 이득을 예측 모델에 적용해보면 당뇨병이 동반된 1,000명의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1년 동안 SGLT2억제제를 사용하면 11명에서 콩팥병 진행이 적게 생기고 급성콩팥손상이 4명에서 적게 생기며, 반면 케토산증과 하지 절단은 각 약 1명씩 발생하게 된다[15]. SGLT2억제제의 콩팥병 진행에 대한 보호효과는 알부민뇨가 많은 환자들에서 보다 크게 나타나지만 알부민뇨가 적거나 추정사구체여과율이 양호하더라도 당뇨병에서 SGLT2억제제 사용에 따른 콩팥 이득이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21,22].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 (KDIGO)의 KDIGO 2022 만성콩팥병의 당뇨병관리 임상진료지침에서는 SGLT2억제제를 단순한 혈당강하제를 넘어 2형당뇨병 콩팥병의 일차선택약물로 격상시켰다[23]. 마찬가지로 대한신장학회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에서도 2형당뇨병 콩팥병 환자에서 알부민뇨와 무관하게 추정사구체여과율 20 mL/min/1.73 m2 이상이라면 일차적으로 시작하고 신대체요법을 시작하기 전까지 지속하도록 권장하고 있다[23,24]. 한편, 알부민뇨는 있지만 정상 혈압인 당뇨병콩팥병 환자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사용의 근거는 다소 부족하여 임상진료지침마다 권고 수준이 다르지만[23-25], 대한신장학회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 KDIGO 2021 만성콩팥병의 혈압관리에 대한 임상진료지침과 KDIGO 2022 만성콩팥병에서의 당뇨병관리 임상진료지침 등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당뇨병환자에서 만성콩팥병 1∼4단계이면서 알부민뇨가 동반된 경우 환자가 감내할 수 있는 혈압 범위 내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를 최대용량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뇨병콩팥병 치료제로서의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의 적응증에는 알부민뇨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알부민뇨가 정상 범위 내(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비 < 30 mg/g)인 2형당뇨병 콩팥병 환자에서는 SGLT2억제제가 유일하게 근거를 가지고 사용될 수 있는 콩팥병 치료제이다(Fig. 1).
2.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SGLT2억제제가 단순한 혈당강하제가 아니라는 근거는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에서의 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이다[15,22].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대상자들을 포함시킨 6개의 SGLT2억제제 임상시험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당뇨병이 없는 대상자들에서 SGLT2억제제의 투여는 콩팥병 진행 위험을 31% 감소시켰고(상대위험도 0.69, 95% 신뢰구간 0.57 to 0.82), 급성콩팥손상의 위험 역시 34% 낮추었다(상대위험도 0.66, 95% 신뢰구간 0.54 to 0.81) [15]. 특히 비당뇨병 만성콩팥병의 원인질환에 따라 분석해보면, SGLT2억제제는 허혈 및 고혈압콩팥병 환자군과 사구체질환 환자군에서 콩팥병 진행 위험을 각각 30% 및 40% 감소시켰다(각각 상대위험도 0.70, 95% 신뢰구간 0.50 to 1.00; 상대위험도 0.60, 95% 신뢰구간 0.46 to 0.78) [15]. 결과적으로 사구체질환 환자에서의 SGLT2억제제의 콩팥보호효과가 전체 비당뇨병 만성콩팥병에서 SGLT2억제제의 유의한 결과를 주도하였다. 그 중에서도 IgA신장병증(IgA nephropathy)에서의 SGLT2억제제의 이득은 두드러지는데, DAPA-CKD 및 EMPA-KIDENY 임상연구에 참여한 IgA신장병증 환자들에서 콩팥병 진행을 무려 51% 낮추었다(상대위험도 0.49, 95% 신뢰구간 0.32 to 0.74) [15,17,20].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예측 모델을 적용해보면,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 1,000명에서 SGLT2억제제를 사용하면 콩팥병 진행이 15명에서 적게 생기고 급성콩팥손상이 5명 덜 발생하는 반면, 케토산증이나 하지 절단의 위험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15]. 결국 SGLT2억제제는 당뇨병 여부와 무관하게, 그리고 만성콩팥병의 원인 질환과도 무관하게 콩팥병 진행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KDIGO 2021 만성콩팥병의 혈압관리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에서는 알부민뇨가 동반된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G1∼G4단계 환자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 혹은 제안하고 있지만[25], 알부민뇨가 정상 범위 내인 만성콩팥병 환자에서의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사용의 근거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에 비해 현재까지 만성콩팥병 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였거나 특히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만성콩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SGLT2억제제 임상연구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제시된 KDIGO 2024 만성콩팥병 평가 및 관리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26], SGLT2억제제는 알부민뇨 200 mg/g 이상이면서 추정사구체여과율 20 mL/min/1.73 m2 이상인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 혹은 알부민뇨 수준과 무관하게 심부전이 동반된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26]. 또한 알부민뇨 200 mg/g 미만이면서 추정사구체여과율 20∼45 mL/mL/1.73 m2인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도 SGLT2억제제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26]. 물론, 당뇨병콩팥병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대체요법 시작까지 SGLT2억제제를 지속하도록 한다. 결론적으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가 치료 근거를 가지지 못한 범주인, 알부민뇨가 정상인 만성콩팥병 G3b단계 그리고 G4단계 일부에 해당하는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들에서는 SGLT2억제제가 유일하게 콩팥 이득의 근거를 가지고 사용될 수 있다(Fig. 2).
3. 고혈압
고혈압은 만성콩팥병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 중 하나이면서 콩팥병 진행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24,27]. SGLT2억제제는 항고혈압제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혈압강하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2형당뇨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를 4∼12주간 사용하면 24시간 활동혈압이 위약 대비 3.61 mm Hg 더 감소하는데, 이는 하이드로클로로싸이아자이드(hydrochlorothiazide) 12.5∼25 mg의 항고혈압 효과와 유사하다[27-29]. 또한, 3개월의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 투여 관찰 연구에서도 24시간 수축기혈압과 주간 수축기혈압의 유의한 감소가 확인되었다[27,30].
4. 고칼륨혈증
고칼륨혈증은 만성콩팥병 환자 약 2∼35%에서 사구체여과율 수준에 따라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 중 하나이다[27].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를 사용하면서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은 만성콩팥병 외에도 당뇨병, 비보상울혈심부전, 체액 결핍, 고령 등이 있다[23]. 임상진료지침들에서는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나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대항제(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 투여 후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더라도 감량이나 중단을 하기보다는 혈청포타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먼저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23-25]. 포타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포타슘결합제 외에도 고리작용이뇨제나 싸이아자이드 등의 이뇨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24,25], 이뇨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SGLT2억제제도 역시 심각한 고칼륨혈증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위험비 0.84, 95% 신뢰구간 0.76 to 0.93) 심혈관위험이 높은 당뇨병 혹은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고칼륨혈증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31].
6. 빈혈
건강인과 비교하여 추정사구체여과율 60 mL/min/1.73 m2 미만인 만성콩팥병 환자 남녀 모두에서 평균 헤모글로빈은 감소하며, 이는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할수록 더욱 떨어지게 된다[34]. Dapagliflozin and Prevention of Adverse Outcomes in Heart Failure (DAPA-HF), Dapagliflozin Effect on Cardiovascular Events-Thrombolysis in Myocardi-al Infarction 58 (DECLARE-TIMI 58) 및 EMPA-REG OUTCOME 결과들로부터[16,35,36], 다파글리플로진 혹은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은 적혈구용적률(hema-tocrit)을 증가시켜 빈혈을 호전시킨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37]. SGLT2억제제의 빈혈에 대한 효과는 아마도 이뇨 작용에 따른 혈액농축(hemoconcentration), 적혈구형성호르몬(erythropoietin) 자극에 따른 적혈구 생성 증가, 교감신경과다활동(sympathetic hyperactivity)의 조절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기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37]. 빈혈이 만성콩팥병의 진행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SGLT2억제제에 의한 빈혈교정의 효과는 또 다른 장점이 될 수 있겠다.
7. 만성콩팥병에서 SGLT2억제제 사용 시 주의점
SGLT2억제제 사용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sick day proto-col, 수술 전후 관리, 발관리 등 외에도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 투여 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23,38]. SGLT2억제제 사용 후 초기에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는 상황은 비단 SGLT2억제제뿐 아니라 혈류역학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약물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대항제, 이뇨제 및 기타 항고혈압제들도 마찬가지로 사구체여과율 저하를 유발한다[38]. 사구체여과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장학 분야 임상진료지침들에서는 층상화접근법(layered approach)을 제안하고 있다[23,38]. 즉, 다른 분야에서는 기둥접근법(pillar approach), 예를 들어 당뇨병콩팥병 예방과 치료를 위하여 혈당조절, 생활습관교정,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SGLT2억제제, 비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대항제(non-steroidal 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 등을 각 기둥으로 설정하여 신전을 세우는 모습으로 질환 치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39,40], 신장학 분야에서는 각 혈류역학 변화를 일으키는 약물들은 아무리 일차선택약물이라 하더라도 한꺼번에 투여하는 것이 아닌 순차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38]. 새로운 약물은 한 번에 하나씩 투여하고 그 반응과 잔여 위험을 재분석하는, 끊임없는 재평가가 필요한 것이며[38], 이것이 만성콩팥병 환자 치료에서 층상화접근법이 더 타당한 이유가 된다. 예를 들어,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투여 2∼4주 후 혈청포타슘이나 크레아티닌 수준이 감내할 수 있는 변화만 있다면 이어서 SGLT2억제제 투여를 시작하고 추적검사에서 추정사구체여과율의 감소가 30% 이내라면 중단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한다[23,24]. 또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와 달리 콩팥 혹은 심혈관위험 감소를 위해 투여되는 SGLT2억제제는 시작 용량과 유지 용량이 같고 사구체여과율 수준에 따른 투여량 적정(dose titration)이 필요 없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14].
결론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수많은 노력으로 여러 나라에서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노령화가 유난히 빠르고 또한 당뇨병 유병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인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우리나라의 만성콩팥병 환자의 절대 수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13,24]. 기존의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가 수십여 년 동안 만성콩팥병 치료에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해온 것은 맞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만성콩팥병 치료의 또 다른 근간이 된 SGLT2억제제가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과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만성콩팥병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다파글리플로진의 철수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 있다. 만성콩팥병과 그 결과인 말기콩팥병으로 지출되는 막대한 의료 비용을 고려해 볼 때[24], 만성콩팥병 치료 약물의 선택은 폭넓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
SGLT2억제제 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출시된 비스테로이드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대항제, 그리고 차세대 만성콩팥병 치료제로 기대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수용체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등도 향후 만성콩팥병 치료에 끼칠 영향력이 무척 기대되고 있다[41,42]. 덕택에 만성콩팥병과 맞서 싸울 무기가 많아진다면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예후는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SGLT2억제제 등이 의료보건에 끼치는 영향은 향후 10∼15년 이후에나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므로 인내심이 필요할 수 있다[43].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근거에 기반하면, 알부민뇨 수준과는 무관하게 추정사구체여과율 20 mL/min/1.73 m2 이상인 모든 2형당뇨병 콩팥병 환자와 알부민뇨 200 mg/g 미만이면서 추정사구체여과율 45 mL/min/1.73 m2 이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비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지금이라도 SGLT2억제제를 시작하여 신대체요법 전까지 지속해야 할 것이다. SGLT2억제제의 뛰어난 콩팥과 심혈관이득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의 사용은 필수적이므로 더 이상 주저하거나 지체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