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의 당뇨병 진료지침은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GLP-1수용체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를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환자에서 SGLT2억제제(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와 더불어 최우선적으로 처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특정 GLP-1수용체작용제는 강력한 체중감소 효과가 입증되어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GLP-1수용체작용제의 품절 사태가 심상치 않다. 2023년 7월경부터 시작된 품절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품절 약물 개수가 더 늘어났고, 공급 정상화에 대한 어떠한 전망도 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저자는 GLP-1수용체작용제 품절 사태의 이유와 실제 임상현장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본론
1. 품절 사태의 이유
첫째, GLP-1수용체작용제의 전 세계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당뇨병환자의 증가, 당뇨병관리에 대한 인식 향상과 함께 최근 주요 국가의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GLP-1수용체작용제를 최우선 약물로 권고하면서 그 수요가 급증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비만 치료제로서의 수요 증가가 품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 GLP-1수용체작용제의 등장으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넘어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가 시작되었다. Ozempic®, Wegovy® (semaglutide), Mounjaro®, Zepbound® (tirzepatide) 등 블록버스터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0.2%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해외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지며 단순 다이어트 약으로 규정 외 비급여 처방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둘째, GLP-1수용체작용제의 어려운 제조 공정도 이러한 품절 사태의 부분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현재 GLP-1수용체작용제를 생산하는 재조합 DNA 기법은 일정 시간이 소요되므로 신속한 대량생산이 어렵다. 이에 제조업체들이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제약 요인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 품절 사태가 실제 임상현장에 미치는 영향
가장 큰 문제는 GLP-1수용체작용제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수많은 당뇨병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혈당조절에 실패하여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의료비용의 증가 및 환자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GLP-1수용체작용제 가짜 약들이 판을 치고 있으며, 이는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으나 워낙 수요가 많아 엄격한 통제가 어려운 상태이다.
3. 대응 방안
가장 적극적으로 품절 사태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 국가는 영국과 미국이다. 영국의 Primary Care Diabetes Society (PCDS)와 Association of British Clinical Diabetologists (ABCD)가 공동으로 지침을 발표하였고[
1], 미국당뇨병학회에서도 관련 지침을 발표하였다[
2]. 그러나 GLP-1수용체작용제의 종류별 재고 상황이 국내와 다르고, 특히 Rybelsus
®정(경구용 semaglutide)이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아 관련 지침들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저자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대응 방안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환자가 현재 복용 중인 약물과 혈당조절 수준을 고려하고 당뇨병 진료지침에 근거하여 적절하게 약물을 조정해야 한다. GLP-1수용체작용제는 경구혈당강하제 또는 기저인슐린과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GLP-1수용체작용제를 투여 중인 환자가 혈당조절에 실패한 경우, GLP-1수용체작용제를 중단하고 기저인슐린 치료를 새로 시작하거나 기존 기저인슐린 치료 환자는 인슐린강화요법으로 적극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GLP-1 수용체작용제로 혈당조절이 양호한 경우에는 기존 약물의 증량 또는 다른 계열 약물과의 병용요법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GLP-1수용체작용제를 작용기전이 유사한 DPP-4억제제(dipeptidyl peptidase-4 inhibitor)로 대체해 볼 수 있겠으나, 혈당강하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다른 경구혈당강하제의 추가가 필요할 수 있다. 죽상경화심혈관질환, 심부전 또는 만성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GLP-1수용체작용제만큼 혈당이나 체중을 효과적으로 낮추지는 못하지만 SGLT2억제제로 대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3]. GLP-1수용체작용제를 중단할 경우에는 환자에게 변경되는 약물의 제형, 용량 및 복용법 등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시행하고,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인 식사 및 운동요법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치료용 펩타이드에 대한 대규모 화학적 합성법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4]. 현재 제조업체에서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으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은 재조합 DNA 기법으로 승인 받은 약물은 추가적인 전임상/임상연구를 면제해주고 합성 펩타이드를 승인해주는 방안을 발표하여 향후 신속한 대량생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5].
결론
GLP-1수용체작용제 품절 사태로 많은 당뇨병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혈당조절 실패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GLP-1수용체작용제를 중단할 경우 환자의 상태와 당뇨병 진료지침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약물을 조정하고 생활습관교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GLP-1수용체작용제를 대량생산하기 위한 규제당국과 제조업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GLP-1수용체작용제가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유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던가. 품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당뇨병환자들의 안녕과 동료 의사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