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가 500만 명 이상 보고되고 있고[1], 보건의료분야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식시키고 COVID-19 감염 시 중증도 및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 획득이다[2]. 이를 위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었고 임상연구를 통해 예방효과를 인정받아 사용이 승인된 후,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종류의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3]. 한편, 당뇨병은 여러 연구 등을 통해 COVID-19 감염 시 중증도나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동반질환으로 알려져 있다[4,5].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선적인 접종 대상으로 권고하고 있다[2]. 하지만 COVID-19 백신에 대한 장기적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연구와 근거들이 필요한 실정이며,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본 글에서는 당뇨병 환자에서 백신 접종 시 고려해야 할 점과 주의사항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1. 당뇨병 환자의 백신효과는 일반인과 동일한가?
앞서 설명하였듯이, 당뇨병 환자가 COVID-19에 이환될 경우 중증 감염, 입원, 그리고 사망위험이 비당뇨인에 비하여 높기 때문에 백신 접종의 이득이 상대적으로 크다. 현재 사용 중인 주요 백신들의 3상 연구에서 당뇨병을 포함한 동반질환 여부는 효과와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9]. 최근 BNT162b2 mRNA COVID-19 백신(이하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당뇨병 환자에서 항체 형성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쿠웨이트의 한 연구에서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완료 후 당뇨병 환자(n = 81)의 혈청 SARS-CoV-2 specific IgG 및 중화항체를 비당뇨군(n = 181)과 비교하였다[10]. 접종 3주 후 IgG가 두 군 모두 유의하게 기준치의 5배 이상 의미 있게 상승했지만, 당뇨병 환자의 항체 형성이 비당뇨군보다 유의미하게 낮았고 여러 인자로 보정 후에도 평균 13.86 BAU/mL (95% confidence interval [CI], −27.08~−0.64; P = 0.041)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났다. 중화항체 형성도 비당뇨군(87.1 ± 11.6%)에 비해 당뇨군(79.7 ± 19.5%)이 약 4.42% 낮게 나타났다(95% CI, −8.53~−0.32;P = 0.036) [2]. 283명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후 3개월간의 anti-SARS-CoV-2 Spike-recep-tor bingding domain (anti S-RBD) IgG 항체와 중화항체 생성률을 추적 비교했을 때 당뇨병이 있는 경우 첫 백신 접종 후 21일 지난 시점에서 동반질환이 없는 군보다 유의하게 중화항체 형성이 낮았으나, 2차 백신 접종 후에는 정상군과 유사했다[11].
혈당조절 상태가 백신효과에 미치는 데 대한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비당뇨군(n = 277), 혈당조절이 양호한 당뇨군(HbA1c ≤ 7%, n = 109), 조절이 불량한 당뇨군(당화혈색소 > 7%, n = 92) 간의 중화항체 생성률을 비교했다[12]. 1차 백신 접종 후 21일째, 2차 백신 접종 후 약 7주 후 혈당조절이 불량한 군의 중화항체 생성률과 면역반응이 현저히 저하되었다. 하지만 1차 접종 당시 혈당조절이 불량했으나 2차 접종 후 52일째 HbA1c 7% 미만으로 잘 조절한 경우 지속적으로 혈당이 높았던 군에 비해 중화항체와 면역이 개선되어 혈당조절 상태가 백신의 예방효과에 관여함을 시사한다[12].
2. 당뇨병 환자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가?
일반적으로 COVID-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국소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 통증, 발적 및 부종이, 전신 부작용으로는 발열, 오한, 피로, 두통, 구토, 설사, 근육 및 관절 통증 등이 보고되었다.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조절이 가능한 경증 부작용이지만 아나필락시스 반응과 같은 드물지만 위중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2]. COVID-19 백신 후 부작용에 당뇨병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인도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 1,568명의 당뇨병 환자에서 폐렴구균 및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부작용은 미약한 수준으로 백신 부작용이 당뇨병 환자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고 할 수는 없다[2]. 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COVID-19 백신은 다른 원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경험이 더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백신 접종 후 국소 또는 전신 면역 반응은 혈당 수치를 증가시키므로 평소보다 더 자주 혈당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충분한 수분 공급, 침상 안정, 해열제와 같은 대증적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고, 특히 1형당뇨병 환자나 집중 인슐린 요법을 받는 환자들에게 더욱 필요할 것이다. 최근 COVID-19 백신 접종 후 급성 고혈당 위기의 발생에 대한 사례들이 보고되었다[13-15]. mRNA 백신 접종 후 2일에서 10일 내, ChAdOx1 nCoV-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접종 후 3주에서 5주 후에 당뇨병성케톤산증이나 고삼투성고혈당 위기로 입원하였던 사례들을 참고할 때 당뇨병 환자들은 백신 접종 후 평소보다 더 철저한 혈당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다. 고혈당에 의한 입마름, 다뇨,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16].
mRNA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심근염 및 심낭염과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의 발생도 이상 반응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록 드물지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수반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나, 당뇨병 환자에서 이런 부작용이 증가한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의 위험인자는 일반 인구에서 보고된 정맥 혈전증 위험인자들을 제시하고 있고, 당뇨병은 직접적인 위험인자로 포함되지 않았다. 또 심근염과 심낭염 역시 현재까지는 주로 30대 미만의 젊은 층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당뇨병의 동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직접적인 위험인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아주 드문 부작용에 대해 과도하게 의심하고 걱정하기보다는 COVID-19 이환에 따른 위험성 감소라는 이득을 따져볼 때 적극적인 백신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